손석희 JTBC 뉴스 9이 JTBC 뉴스룸으로 된 진짜 이유

'JTBC 뉴스 9'이 9월 22일부터 JTBC 뉴스룸으로 이름을 바꾸고 방송 시간을 오후 8시로 한 시간 앞당긴다. 뿐만 아니라 방송 시간이 100분으로 대폭 늘어나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100분 짜리 메인 뉴스가 된다.

JTBC측은 JTBC 뉴스룸의 처음 60분은 그 날의 뉴스를 정리하고, 나머지 40분은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는데 쉽게 말해 전반은 타 방송사 메인 뉴스의 포맷을 따르고 나머지는 현재 JTBC 뉴스 9의 포맷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 전부터 JTBC 뉴스 9이 8시로 옮긴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지만 JTBC측은 완강히 부인해 왔다. 세월호 사고, 선거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 특집 형식으로 8시부터 두 시간 가량 방송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JTBC 뉴스룸을 위한 준비 작업이었던 것 같다.

방송 시간을 8시로 앞당긴 이유

JTBC 메인 뉴스는 손석희 사장 취임 전까지는 'JTBC 뉴스 10'이란 이름으로 타 종편사들과 마찬가지로 오후 10시에 방송됐었다. 종편 주 시청자 층이 KBS 9시 뉴스 시청자 층과 겹치기 때문에 압도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 9시 뉴스를 피해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손석희가 JTBC 보도국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방송 시간을 과감하게 9시로 앞당겨 KBS 9시 뉴스에 맞편성했다. 공략 대상도 장년, 보수층 뿐만 아니라 청년층과 야권층으로 확대했다.

JTBC 뉴스룸은 8시부터 9시 40분까지 방송되니 KBS 9시 뉴스뿐 아니라 이제는 8시에 방송되는 MBC 뉴스데스크와 SBS 8 뉴스와도 경쟁하겠다는 의도다.

손석희 앵커(출처: JTBC)

MBC 뉴스데스크와 SBS 8 뉴스의 시청률은 각각 5퍼센트, 8퍼센트 대로 SBS 8 뉴스가 다소 높다. SBS 8 뉴스의 시청률이 더 높은 이유는 손석희 사장 취임 전까지는 그나마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보냈던 유일한 TV 뉴스여서 예전부터 시청해 온 야권 성향의 시청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성에서 월등히 앞서는 JTBC의 메인 뉴스가 8시부터 방송되면 SBS 8 뉴스의 야권 성향 시청자들의 대부분은 JTBC로 넘어 오게 된다.

MBC 뉴스데스크 역시 기존의 고급 인력이 대거 빠져 나간 이후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그리 높지 않으므로 신뢰도가 가장 높은 JTBC의 뉴스룸에 어느 정도 시청자들을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100분 연장 방영 이유

JTBC 뉴스가 8시로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메인 뉴스의 100분 편성은 아무도 예측 못 했다. 방송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 이런 파격적인 편성의 배경은 무엇일까.

손석희 사장의 JTBC 뉴스 9은 개편 이후 줄곧 '선택과 집중'을 고수해 왔다. JTBC 뉴스 9은 뉴스를 요약해서 나열하는 기존의 '백화점식 나열 보도'에서 벗어나 주요 사안을 정해 심층적으로 집중 보도한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은 양날의 검이다. 선택된 소식은 심층적으로 보도되지만 선택하지 않은 소식은 보도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선택된 소식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과 선택되지 않은 소식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릴 수 밖에 없다.

JTBC 뉴스 9의 자랑인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의 문제도 있다. JTBC 뉴스는 젊은층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지상파는 물론이고 종편에게도 크게 밀린다. JTBC 보도가 중도를 표방하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나열식 보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JTBC 뉴스 9을 보면 '정신 없다', '어렵다'란 반응을 보이는 장년층들이 많다. 기존의 뉴스처럼 결과만 요약하지 않고 사건의 맥락을 장시간에 걸쳐 설명하고 현장 연결, 라이브 인터뷰, 토론을 통해 정제하지 않은 보도를 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스가 어렵게 느껴지면 자연히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심층 보도를 하기에는 방송 시간이 부족하고, 나열식 보도는 문제의 핵심을 전달하기 힘들다. 젊은층은 입체감있는 보도를 원하고 장년층은 나열식 보도에 익숙하다. 심층 보도는 사안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지만 나열식 보도는 일반적인 시청자들에게 어필한다.

이 난제를 JTBC 보도국은, 아마도 손석희 사장은, 1부는 나열식 보도, 2부는 선택과 집중을 편성함으로써 컬럼버스의 달걀처럼 아주 간단하게 해결했다. 어느 한 쪽만 택하기에는 기회 비용이 크니까 둘 다 선택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다.

뿐만 아니다. JTBC가 '종편같지 않은 종편', '지상파보다 나은 종편'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것은 JTBC의 보도국, 좀 더 정확히는 JTBC 뉴스 9의 공이 가장 크다. 어설프게 지상파를 쫓아가느니 JTBC의 간판 프로그램인 JTBC 뉴스 9의 편성 시간을 늘려 JTBC의 장점인 보도의 공정성을 더욱 더 부각시킬 수 있게 된다.

JTBC로서는 잃을 게 없는, 그야 말로 신의 한 수였다. JTBC가 종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딛고 지상파 급으로 성장할 지 지켜볼 일이다.